헐퀴
보기는 저번주 토요일 조조로 봤는데 비하인드 스토리가 좀 있다.
금요일이라 음주가무의 밤을 보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정 때문에 토요일에 그대로 출근은 해야했다(그래도 오전 근무로 쇼부쳤음). 그런데 막상 나가보니 아무도 없는 거(고정 출근 멤버 빼고). 정규 출근 시간이 다 지나도 아무도 안오니 과장님에게 전화했다.
나: 과장님. 9시 다되가는데 지금 얘들도 안오고 있음.
과장: (알콜 잠긴 목소리로)으어어우 그게에 너 떨어져 나가고 4차까지 가서 그냥 출근하지 말자고. 얘들 연락 안하디?
나: 아놕 너무한 거 아님? 나 아침에 딸기 우유로 해장하고 나와뜸.
과장: 그럼 근무해 이 새끼야!
나: 안, 안하겠습니다!그렇게 된 고로, 원래 이번주에 보기로 했던 2012를 토요일에 보게 되었다. 안그래도 준비는 만반에 끝나 있는 상태. 아이맥스 상영관이 있는 터미널 CGV로 가서 CGV 포인트 카드로 내밀었다.
나: 2012 아이맥스 조조! 계산은 포인트다!
직원: 어리석군! 포인트는 평일에만 계산된다!
......그런 우여곡절 끝에 관람 시작.
사실 스토리야 별 거 있나. 대충 육하원칙만 맞추면 된다는 게 에머리히 컨셉인데. 행성 직렬하면 태양흑점폭발로 생기는 중성미자가 지구 핵을 끓게 만든다 어쩐다는 그냥 닭치고 좀 보쇼 정도로만 이해하면 되는 수준.
이걸 보니 이후에 나올 재난물, 특히 지진이나 해일, 화산 폭발 같은 배경이 나오는 장르는 부담을 주게 생겼다. 당장 LA 침몰 파트만 봐도 더이상 가는 압도적의 스케일은 생각도 못하겠다. 리무진이 LA 한복판을 가로지르며 전 도시가 붕괴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모습은 후덜덜. 뒤에 나오는 그랜드 캐니언 붕괴나 하와이의 화산 폭발, 각국에 몰아닥친 쓰나미는 말할 것도 없다. 이 영화는 스포랄 것도 없는게 내용이 없기도 없지만 이런 장면은 정말 눈으로 보지 않는 한 말이나 글로 암만 설명해도 답이 없다.
정말 저러면 어디 도망갈 데도 없다. 내가 10억 유로를 버느니 로또 1등 맞을 확률이 더 높은만큼 방주 구경도 못할 거고 히말라야 꼭대기는 잠기진 않았다만 그 난리통이면 눈사태 산사태 고루 일어났을테니 있어봤자 뻔하고. 차라리 우주선 타고 도망쳤다고 다시 귀환하면 몇 남지 않은 인간이니 방주에서 건져줄 가능성은 있겠네. 근데 난 우주선 구경도 못하잖아. 난 안될 거야 아마.
근데 10억 유로낸 부자들도 좀 안습인게...... 거액 내고 방주에 탔다, 그리고 살아났다치자, 그럼 이제 뭐하지? 갑부도 주위에 사람들이 있으니 갑부지 방주 탄 이후부턴 잉여 아닌가? 학식이야 있겠지만 저 상황에선 오히려 고담시에서 돈떼먹고 중국으로 날라버린 용접공이 더 대우받겠는데. 이 친구는 기술이 있으니. 잭슨도 나름대로 문학가인만큼 후대를 생각한다는 점에선 문학교사로 사용할 수도 있고.
하긴 뭐 갑부에서 감자밭 일궈먹는 신세가 되더라도 일단 사는 게 낫지.
아프리카는 피해 안입었다기보단 일단 쓰나미 때 한번 잠겼다고 봐야할 거다. 안그랬다면 1년 7개월이나 떠돌 필요는 없겠지. 솟아나긴 좀 일찍 솟아났는데 소금기 찬 땅에서 살 수 없으니 좀 있다가 상륙했다고 봐야하나.
롤랜드 에머리히의 장점 중 하나가 거물급 스타를 캐스팅할 돈으로 다른 제작비를 돌리는 대신, 그렇다고 무작정 싼 배우만 찾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존 쿠삭이야 자타가 인정하는 연기파고 치웨텔 에지오포나 대니 글로버 모두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특히 대니 글로버는 쏘우에서 싸이코 경찰로 나온 이미지가 깼는데 여기선 피하지 못한 국민들과 끝까지 함께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줬다. 사실 이 양반 처음 캐스팅됐다는 말 들었을 때만 해도 소싯적에 에일리언 때려잡는 등 꽤 거친 이미지가 생각나 터프한 모습(뭐 전투기 몰고 외계인 잡는 대통령도 있는데)을 보여주지 않을까 했는데 그런 강렬함은 없지만 끝까지 책임을 다하는 지도자 이미지였다.
그리고 이제껏 별 감정 없다가 최근에 좀비랜드 보고 뻑가버린(...) 우디 해럴슨. 해적 방송 운영하며 만든 애니메이션은 딱 지꼬리지다(...). 그랜드 캐니언 폭발 때 한 소리는 이거 뭐 미쿡 좌빨일세.
근데 생각해보면 에머리히 감독, 클린턴 때는 대통령이 전투기 몰고 외계인과 공중전 벌이고, 부시 때는 빙하기 피해 도망치다 얼어죽는 대통령 나오고, 오바마인 지금은...... 이거 민주당 2중대 아녀?
p.s 근데 나 같으면 바람 핀 거 알아도 일단 표값을 내주겠다. 배타고나면 그냥 잉여라고! 어디서 금발 미녀를 구한다고 버리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