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3월 16일
람보4: 라스트 블러드

한동안 뜸하던 실베스터 스탤론의 활동이 분주해졌다. 소시적을 풍미했지만 지금은 쇠락한 배우의 욕심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가 호평을 들은 록키 발보아로 시작하더니 그의 인생에서 록키와 더불어 양대 아이콘으로 인정받는 람보로 다시 돌아왔다.
사실 람보가 록키보다 좀 불리한 게, 록키는 운동선수라는 타이틀이 있는만큼 늙었어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라는 스포츠 정신에 제법 구색이 맞는 반면 람보는 1탄을 빼면 사실상 단순무식액션물이라는 한계가 있다(하기사 그건 록키도 비슷한 전철을 밟았다만). 따라서 전작과 별다른 차이없이 그저 대량학살물로 흘러갈 소지가 있고.
그래서 실베스터 스탤론은 지나친 욕심을 부리지 않는 대신 초심으로 돌아갔다. 적들도 헬기에 전차로 중무장한 소련군(요즘 버전으로 하면 중국군 정도나 되려나)이 아니라 민간인 학살하는 버마 군대. 그저 AK들고 있는 놈들로 구성되고 중장비래봐야 50구경 탑재한 차량 한대 정도.
람보 역시 전쟁영웅보단 극중에서 나오듯이 세상사에 관심 끊고 살다가 이렇게 사는 게 내 팔자라는 식으로 싸움에 뛰어든다. 게다가 요즘 세대들에겐 람보라는 것도 생소하고 환갑넘은 액션스타라는 것도 이상하게 보일 우려가 있으니(이글 쓰는 나도 20대다만) 아예 올드팬을 겨냥해 만들었다. 초반에 나오는 승려들과의 관계라던가 후반부 전투에서 카렌 반군 러시,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전작들 안떠올린 사람들 거의 없을걸.
다만 주적인 버마 군대는 전작의 적들보다 포스가 딸린다. 1탄의 보안관은 전투 능력은 떨어져도 오기 하난 충만해서 람보와 일기토 벌일 정도고 2,3탄의 소련군이야 뭐 2차대전 영화의 독일군 수준의 포스를 자랑하니. 근데 버마군, 특히 대장놈은 뭐 있나. 기껏해야 라이방 선그라스 쓰고 나와서 민간인 학살하고 소년 머리 쓰다듬어주는 것 정도. 심지어 전작의 보스들은 장렬하게 싸우다 죽기라도 했는데 이건 도망가다 순대밭이 쏟아지니.
근데 그만큼 더더더더더욱 잔인하다. 1탄의 보안관이야 람보한테나 나쁜놈이지 그 지역 주민들에겐 제 할일은 하는 공무원이고 2,3탄의 소련군 대령들은 나쁜놈이긴한데 왜 나쁜놈인지 구체적으로 나온건 없다. 기껏해야 현지인 여자들 잡아가둔 정도.
근데 이건 뭐 소싯적 이탈리아 영화 수준으로 민간인 학살에 있어서 본좌급으로 설정해버린다. 줄세워놓고 처형하는 건 기본이고 얘들을 불속으로 집어던지고 발로 누른채 대검으로 찌르고 등등등. 뭐 사실이기야 하지. 군대의 민간인 학살이라는 게 그렇게 얌전한 거 봤나. 더구나 민족성 등의 문제가 갈릴 경우엔 더더욱 그렇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람보 이번편이 각별했던 게, 바로 선교단이 인질되는 부분. 사실 그런 자세를 가진 사람들이 필요하긴 하다. 그래봐야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는 람보에게 그래도 그런 노력이라도 해야한다는 여자의 말은 맞는 말. 문제는 전후 사정 안가리고 하는 선교와 봉사는 안한 것보다 더 나쁘다는 거지. 샘물의 난 당시 인질 몸값 문제가 그저 우리 세금인것만 문제였나. 그 돈으로 저항세력들 더 무장을 키우고 그동네 사정 더 힘들게 하고 거기서 봉사하려는 사람들 입장까지 더 어렵게 만든다는 거였지. 월드비전 안전수칙이라는 게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궁극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그 상황에서 벗어나게 해줘야하기 때문에 하는 거 아닌가.
샘물의 난 당시 이런 말이 있던데 "그래도 저건 그 사람들이 좋은 의도로 한 거니까 이해해줘야한다"라던 말. 그렇다면 그게 봉사는 아닌 거다. 현지인들 입장은 생각도 않고 자기들 주관대로만 하는 게 무슨 봉사인가?
그러고보니 기가 막힌 대사 중 하나가 "주님이 살리는 게 아니라 우리가 살리는 거다"도 있지만 개인적으론 용병단이 투덜거리면서 "주님의 일을 악마가 대신하는군". 오오 스탤론이 각본가 능력이 있다니까.
근데 스쿨보이는 능력도 좋다. 바렛들고 그렇게 날라다니니. 50구경 주제에 소음기 달고 아예 서서쏴 수준으로 갈겨대네. 그리고 군견 끌고온 놈들 아작내는 부분 말인데, 어차피 그 정도 병력이면 크레모아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나. 람보 역시 화력 제일주의 미군인 건가. 그래도 활로 버마군 발라버리는 장면은 대단.
람보를 좋아한 사람으로써 꽤 실망한 게, 보위 나이프도 없어! 컴파운드 보우도 없어! 머리띠도 달라! 왜 이걸 바꾼 거요!!!
그래도 제일 좋았던 부분은 마지막 장면. 스탤론 자신이 표현하고자 했던 람보 시리즈를 내가 시작했으니 내가 끝낸다라는 컨셉을 이보다 더 잘보여주진 못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똑같은 차림새지만(1탄은 침낭, 이번건 더블백이지만) 1탄과 달리 평온을 찾은 모습의 람보가 집으로 돌아가던 장면은 왠지 기쁜 생각마저 들더란 말이지.
p.s 옛날에 스티븐 시걸도 악력으로 목따는 거 하지 않았나?
# by | 2008/03/16 16:30 | 영사실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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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뭏든 초심으로 돌아가서 현대 육군 보병 전투의 본질을 보여준 람보 4...... 좋았습니다.
에어울프 같은 액션물들이 잔인한 현실을 스리슬쩍 가려서 묘사했던 게 생각나네요. 에어울프의 기관포 맞는 군인들이 제대로 묘사되지 않고 연기에 스윽 가려버리던...... 람보 4처럼 현실을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게 좋다고 봅니다. 전쟁은 잔인한 거니까요. 너 죽지 않으면 나 죽는다는 일념으로 죽어라고 갈겨대던 람보...... 역시 전쟁영웅입니다.
람보 4 마지막에서 고향 돌아간 것에 대해 뜬금 없다고 하시는 분도 계시던데, 뭐 어차피 람보란 게 1편부터 보던 시리즈니까 굳이 뜬금 없달 것까지야...... 람보도 마음의 평화를 찾아야겠지요.
그런데 람보가 전쟁물이 아니라 다른 장르에서 활약할 예정이라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첩보 액션물일까나요? 설마 로맨스물은 아니겠죠? (아놀드 주지사님처럼 코메디물에 나온다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