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생각난 옛날 동화




휴가도 시작되고 해서 간만에 하루 투자해 시골 농장 손 좀 보러갔다. 풀도 다 베고 약도 치고 청소도 하고 벽지도 새로 바르고.



그러던 중 창고에서 장비를 꺼내고 있는데......






이, 이건 뭐임?




세상에나. 시골집 같은 곳에 벌집이 많이 생긴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저만한 놈이 생길 줄은 몰랐다. 그것도 말벌! 나중에 보니 이것들이 꿀벌파, 말벌파로 나와바리를 축사랑 창고로 나눴드만. 하등생명체놈들 같으니라고! 감히 위대하신 인간의 영역을 침범해!



그런데 이걸 보니 옛날에 읽은 동화 생각니 나더라.





아마 제목이 땡비였던가 할건데,


한 시골마을에 땅벌떼가 사람들이 자나다니는 길목에 집을 튼 거다. 당연히 무수한 민폐를 끼치게 되고. 지나가는 사람들 공격할 뿐더러 심지어 동네 황소까지 떡실신시켜버린다(벌꿀 쇠고기냐). 그중엔 무려 벌에 하도 쏘여서 학교까지 결석하는(!) 친구도 나왔고. 이렇게 악질적인 존재들이니 당시 분위기 타서 공비나 다름없는 놈들이다해서 붙여진 이름이 무려 땡비;;;


그런데 이동네 어른들 사상이 어떻게 된 게 당최 수습하려들지 않는 거다. 결국 동네 국딩 중 머리 좀 굵다는 놈이 얘들을 선동해서 땡비 토벌 작전에 나서는데,

이게 졸라 쌈빡한 게 땡비 막는다고 방독면에 군밤장수 모자 쓰고 나오고 어떤놈은 물안경에 마스크, 어떤놈은 비옷으로 무장하고 나온다.

그래서 한다는 짓이 진흙개서 벌집 구멍 막아버리고 그 위에서 불지펴서 다 태워죽인다;;;;;;(뭔 제암리 일본군이냐!)


여기에 원래 안끼워줄려고 했는데 하도 땡깡 써서 따라온 동생이 하나 있었다. 처음엔 호승심에 나왔지만 그렇게 무참하게 죽어가는(?) 벌들을 보면서 미안해진 마음에 탐험가 구워먹는 식인종떼처럼 불가에서 노는(-.-;) 형들에게서 떨어져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바닥에 '땡비' 라고 쓰면서 끝이 난다.


뭐 작품에서 전달하려는 의미는 대충 알겠는데,







근데 솔직히 그거 조낸 국딩의 로망 아님?





말이야 바른 말이지 진정한 사나이라면 이런 일에는 도전해봐야하는 거 아닌가! 그래, 벌집 조지는 거 하고 안하고는 자유다. 하지만 그만 두기전에 생각해봐라. 지금 여기서 발을 돌리면 평생 패배자라는 기억을 가지고 살게된다. 과연 그래야만 하는가? 그렇게 살아야만 하는가?



아니다. 구만리 같은 내 인생에 어떤 거대한 위험들이 도사리고 있을 줄 모른다. 그런데 겨우 여기에 굴복할 수는 없는 일이다. 난 결코 물러서지 않을테다.





그런고로 FK 화염방사기(......그거)로 놈들이 출입하는 구멍에 대고 화력 투사를 시작했다. 단 일격으로 망보던 놈 사망하는 쾌거를.







아씨 뭐야 근데 구멍으로 조낸 쏟아져 나왔다!

어쩌긴 어째. 뒤도 안돌아보고 도망갔지.




p.s 그래도 뭐 시작은 반이라고 하니까 난 패배자가 아닌 듯(자기합리화 모드 발동).

by 정호찬 | 2008/07/31 02:16 | 서재 | 트랙백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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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8/07/31 02:38
훗, 패배자! 패배자! 패배자!(무한반복)
Commented by Empiric at 2008/07/31 11:39
말벌집 약재상에서 돈주고 사가지 않나요?
Commented by 정호찬 at 2008/07/31 13:58
호프님/ 군대에서 들어보셨겠지만 맥아더가 이런 말을 했어요. 작전에 실패한 군인은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군인은 용서할 수 없다고. 말벌들은 초병이 쪽도 못쓰고 당했으니 크나큰 타격을 받은 셈입니다. 즉 태평양 전쟁의 일본군은 패배했지만 그렇다고 진주만 공습까지 실패했다고 하진 않는 것처럼요. 게다가 손실비율이 1:0이니 이건 누가 봐도 제 승리입니다.

Empiric님/ ......돈!
Commented by 네비아찌 at 2008/07/31 15:34
쏘이진 않으셨어요? 말벌에 잘못 쏘이면 아나필락시 쇼크로 큰일날 수도 있으니
항상 조심하세요~ (요즘 샹 여신이 나름 잘 나가서 기분 좋은 1人)
Commented by Ladenijoa at 2008/07/31 22:12
벌집 자체구제하실 거면 방호복이 튼튼하셔야 하지 말입니다?
MOPP 4단계 중무장하시면 말벌집 따위 안 무섭습니다?
Commented by 정호찬 at 2008/08/01 01:02
네비아찌님/ 샹 횽과 함께하는데 무엇이 두렵겠습니까?

라덴가이/ 그냥 자동차 배기가스를 투입시킬까!
Commented by 【天指花郞】 at 2008/08/02 10:45
FK말고 NYT 화염방사기는 어떻습니까! 4단계 설정은 필수? ㄲㄲㄲ?
Commented by 정호찬 at 2008/08/03 15:32
말 잘했다? 신형 방독면 하나 쎄베와라?
Commented by 【天指花郞】 at 2008/08/09 19:30
관리 주무부서 우리 과입니다? -ㅁ-;;
Commented by 정호찬 at 2008/08/09 22:19
우린 전투부대임에도 방독면 빵구난 걸 십시일반으로 맞췄지? 방독면은 매립장에서, 두건은 쎄베오고, 정화통은 땅파서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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