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시절 이야기 소산지



내가 아마 병장 진급하고 얼마 안됐을 때 일이었을 거다.


중대 막사를 새로 만들어서 완전히 새집으로 이사를 가게 됐다. 사실 그 전에 있던 막사는 오래되기도 했고 좁기도 해서 다들 환영했다. 간부들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중대장은 구 막사의 내무실 하나를 통째로 중대장실로 만들었고 구 행정실은 중대 간부 연구실(그렇게 거창할 건 없고 그냥 업무보고 회의하라고)로, 행보관도 전용방이 생긴 거다.

이러니까 행보관인 우리 엥 형님(말끝마다 엥?자를 붙였다)도 기분 좋아져서 풀어지곤 했는데,


뜬금없이 새 막사 화장실 대변보는 칸 이름을 공모하는 거다.

그러니까 이 양반 말은 "우리 새집으로 이사왔으니까 즐겁게 지내자는 의미, 그리고 내것처럼 아껴쓰자는 의미에서 해보자. 엥?"이라고. 

전부 4칸이라서 이름을 네개씩 짓는데 가장 흔한건 당연히,



1사로, 2사로, 3사로, 4사로



당연히 이건 재미없고 쓴 놈들도 성의가 없다.

그 다음으로 나온 건 우리는 군인이니까, 군인답게 하자고.


충성, 용맹, 단결, 애국


나름 그럴듯한데 다들 아시겠지만 원래 앞에 세 단어만 익숙하지(?) 애국이 끼어들어서 맥을 끊었다.

또 다른 건 우리가 가장 가까이 하는 물건인 화기 명칭을 따라서.


K-1, K-2, K-3, K-201


상당히 괜찮은 작명이었다. 그런데 딸랑 한표 나오고 별 호응도 없더라고? 왜 그랬을까?

어떤 놈은 자연스럽게 한다고,


장미, 민들레, 국화, 백합


요래 놨는데 뭐 1, 2, 3, 4사로 수준이고.

소대 명칭에 맞춰서 한 것도 있었다.


핵주먹(1소대), 늑대혼(2소대), 강자존(3소대), 무적포(포반)


아예 계급별로 한 것도 있었는데 이러면 빈칸이라고 병장이 이등병 칸에 무턱대고 들어갔다가 후임병 가혹행위로 찍히는 거 아니냐는 우스개 소리도 했고.


이병, 일병, 상병, 병장


어찌하야 공모가 끝났고 그날 점호 시간에 발표를 기다리는데...... 갑자기 행보관, 얼굴이 시뻘개져서 들어오더니.



"이 새끼들 장난하는 거야? 중대 막사가 니들 장난감이야? 그냥 1, 2, 3, 4사로로 해!"


그러고 끝.


아니 대체 뭔 일이 있었길래 그랬는지 아직도 의문이다. 대체 공모는 왜한 거야?













아니 뭐 이건 그냥 그렇다고요.








p.s 일설에는 어떤 미친놈이 '중대장, 행보관. 폭파담당관, 2소대장'이라고 썼다는 얘기가 있었지. -.-;

안 죽은 게 다행이다. =.=;;


덧글

  • 슈타인호프 2008/12/23 22:19 # 답글

    옥주현, 이효리, 이진, 성유리로 하지 그랬삼?ㅋㅋㅋ
  • 정호찬 2008/12/25 01:05 #

    즈, 증오!
  • 행인1 2008/12/23 22:37 # 답글

    거참....^^;;
  • 정호찬 2008/12/25 01:05 #

    우리 중대엔 이런 말이 있었죠. 중대장이 부르면 대답하고 걸어가지만 행보관이 부르면 달려가면서 대답한다고.
  • 대한민국 친위대 2008/12/24 09:16 # 삭제 답글

    행보관이 문제군요.... 쩝.

    근데 화장실 이름을 성마눌, 손낭자(손정은), 손담비, 효언니(한효주)로 지었으면 어쨌을런지...(대가리 박아!!!)
  • 정호찬 2008/12/25 01:06 #

    손담비나 한효주는 그때 없었으니까.
  • 대한민국 친위대 2008/12/25 08:49 # 삭제

    병장님//생각해보니 슨상님 시절이면 손정은님이 아직 대딩이지 말입니다(...). 그걸 쳐말아 먹고 헛소리를...(대가리 처 박아!!)
  • 풍견風犬 2008/12/24 22:53 # 답글

    재미있군요~ 상황이 떠올라서 한참 웃었습니다 (-_-)~*
  • 정호찬 2008/12/25 01:07 #

    군 시절 얘기가 무한대의 에피소드를 제공하는 곳 아닙니까. ^^;
  • 천지화랑 2008/12/25 00:21 # 답글

    호프님// 그랬다간 호찬형님은 오로지 한 칸만 붙잡고 계실거심. -ㅁ-;;

    채찍/페도라/권총/말은 어떠심?
  • 정호찬 2008/12/25 01:07 #

    불결하다. 감히 어디다가.
  • 대한민국 친위대 2008/12/25 08:48 # 삭제

    천지옹이 말씀하는 그 한 칸이 어딘지 심히 짐작이 갑니다...(퍽퍽!)
  • 발락 2009/01/03 22:21 # 답글

    250 ~ 사로 봐 -_-....

    일보기 전에 조준선 가늠좌부터 봐야겠군요...()
  • 정호찬 2009/01/03 23:47 #

    새해 복 받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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